트라우마는 정신 심리가 산산조각난 상태, 권혜경 정신분석가, 세월호 참사 이후 치료법 알리기 나서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 사람마다 사건 반응 다 달라 고통 기간 줄이는 치료가 중요
  • “유족들이 어떤 말 하고 싶은지 들어줄 자세가 가장 필요해”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에선 ‘트라우마’ 치료가 화두가 됐다. 생존 학생과 유가족은 물론, 취재진도 트라우마 검사를 받았다. 그렇다면 정신적 외상을 뜻하는 트라우마란 무엇일까. 혹시 우리가 트라우마라는 용어를 남용하는 것은 아닐까.미국 뉴욕대 외래교수이자 임상감독인 정신분석가 권혜경 박사(43)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국내에 제대로 된 트라우마 치료법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심리치료 및 정신분석적 접근이 트라우마 치료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기에 미국, 유럽의 ‘트라우마 포커스 테라피’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최근 귀국했다. 그는 1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성모병원에서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와 치료’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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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가 권혜경 박사가 트라우마의 올바른 이해와 트라우마 포커스 테라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권 박사는 “한국이 트라우마를 겪기 쉬운 나라”라고 말했다. 전쟁, 식민지, 급속한 근대화 및 민주화 과정에서 생긴 상처, 성장과 경쟁에 치우친 사회문화 때문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트라우마 개념이 ‘남용’된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트라우마란 용어가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라는 걸 많은 이들이 깨달았기 때문”이다.문제는 제대로 된 이해다. 그는 “트라우마는 ‘사건’이 아니라 ‘반응’ ”이라고 설명했다. 한 사건에 대해 사람마다 반응이나 참을 수 있는 정도가 다른데 이것을 감정조절능력이라고 한다. 감정조절능력을 넘어서는 경험에 의해 정신적·심리적 붕괴가 일어나는 상태, 모든 것들이 산산조각나는 경험이 바로 트라우마다.권 박사는 “트라우마 치료가 오래 걸린다는 것은 신화”라고 말했다. 치료법에 따라 고통의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도 트라우마센터가 많이 생겼지만 그는 “센터의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트라우마를 다룰 수 있는 심리치료사가 많아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1990년대부터 ‘트라우마 포커스 테라피’가 시작됐다. 베셀 벤델콕 하버드대 교수(보스턴 트라우마센터), 엘런 쇼어 UCLA 교수 등이 앞서가는 학자다. 보통 심리치료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생각과 감정을 바꾼 후 행동을 바꾸려고 한다면, 트라우마 포커스 테라피는 보텀업(상향식) 방식이다. 몸을 먼저 변화시키고 감정을 변화시켜서 생각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보통 심리치료는 괴로웠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상처를 가만히 두면 곪아서 나빠지듯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선 아픈 부분을 자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권 박사는 이 같은 방식의 치료가 “아픈 사람을 고층 빌딩 바깥으로 던져버리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권 박사의 방식은 상상법이다. 상상법은 새로운 신경로, 새로운 기억의 저장고를 만드는 방법이다. 그는 “물에 빠졌던 트라우마가 있다면 가라앉는 자신을 상상하면서 적당한 거리를 찾아보는 것. 경험하는 나와 바라보는 나 사이에 안전한 거리를 만드는 것, 상상으로 그 물에 있는 나를 구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박사는 이번 세월호 참사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족들이 어떤 말을 하고 싶어하든 들어줄 수 있는 자세”라고 말했다. 주변 사람부터 의사, 치료사, 정부까지 유족에게 계속해서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는 “언론이 모든 것을 보도할 순 없지만 유족들이 말하고 싶은 진실과 언론이 보도할 수 있는 진실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박사는 1995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에서 트라우마에 관한 논문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심리치료 정신분석 교육기관인 NIP(National Institute for the Psychotherapies, Certified Psychoanalyst)에서 5년간 훈련을 받았고 뉴욕에서 ‘권혜경 심리치료 정신분석 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그는 “일부 정신과 의사들이 지식을 독점하고 있다”며 “치료사들에게 트라우마 치료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트라우마연구회를 만들 계획이다. 그는 “정신건강 전문가들, 예술가, 철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트라우마를 다각도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October 10, 2017


Psychology Korea의 로고는 목화꽃입니다. 권혜경 박사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트라우마 세미나를 시작했을 때, 문익점 선생님이 목화씨 세점을 중국에서 가져왔을 때와 같은 설레임과 희망으로 시작을 하였습니다. 목화씨 세점이 한국에 들어와 뿌리를 내리고 사람들이 목화솜으로 지은 따뜻한 옷을 입게 되었듯이, 권박사가 문화의 중심지 뉴욕에서 가져오는 작은 지식의 씨앗이 이땅에 뿌리내려서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받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로고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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