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경 박사의 저서 <감정조절>

정신건강전문가에게는 내담자를 이해하는 친절한 안내서가 되고, 내담자에게는 자신을 이해하고 트라우마 치료를 보다 쉽게 받아 들일 수 있는 심리교육서가 될 것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들어가며

냄비 근성 = 감정 조절의 문제?

1장 감정 조절이란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은
1) 뚜껑이 열린 나, 과다 각성 상태
2) 무기력하고 우울한 나, 감정 저하 상태
3) 가장 합리적인 나, 감정 조절이 된 상태
안전하면 감정이 조절된다
감정 조절을 잘 하기 위한 요건들

2장 안전하지 않을 때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일들

우리 안의 세 가지 뇌
1) 죽느냐 사느냐, 파충류의 뇌
2) 사랑하고 미워하고 기억하고, 포유류의 뇌
3) 나도 달라이 라마가 될 수 있다, 인간의 뇌
4) 세 가지 뇌의 상호작용

방어기제 : 위험에서의 생존 전략
1) 싸우기
2) 도망가기
3) 얼어붙기
4) 진정한 인간의 방어기제, 사회관계체계
결국 안전이 중요하다

3장 어릴 적 감정 조절 경험은 우리를 어떤 사람으로 만드는가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1) 안정적인 애착, 편안한 아이
2) 불안정한 애착, 안달복달하거나 무관심한 아이
3) 혼돈형 애착, 공포에 사로잡혀 어쩔 줄 모르는 아이
4) 내적 작동 모델, 생존을 위한 아이들의 몸부림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나
1) 진정한 배우자감 : 편안하고 안정적인 사람
2) 외딴 섬 회피형: 말을 해 주지 않으면 모른다
3) 안달복달 집착형: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 알지?
4) 무대책 혼돈형: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1)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남자 vs.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기를 바라는 여자
2) 될 대로 되라 방임형 vs. 무슨 일이든 안달복달형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4장 안전하지 않은 사회는 우리를 어떤 사람으로 만드는가

감정 조절과 트라우마
1) 트라우마에 대한 자연스런 몸과 마음의 반응
2)트라우마에 대한 자연스런 사회적 반응
3) 트라우마를 악화시키는 요인들
4) 트라우마 회복에 도움을 주는 요인들
5) 미국 911 테러와 세월호 참사

세대 간의 저주 : 트라우마의 대물림
1) 저주의 피해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 세대 간의 저주는 우리를 어떻게 만드는가

한국 사회는 우리를 어떻게 만드는가
1) 학대인지 모르는 학대, 남아선호사상
2)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남성중심 사회
3) 트라우마를 넘어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꾸며
저주의 유전자도 끊을 수 있다

5장 나를 지키는 감정 조절 방법

감정 조절을 잘 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1) 마술 거울 되어 주기
2) 부모는 모든 문제의 해결사
3) 나도 너와 같아 : 쌍둥이 경험

감정 조절을 잘 하려면
1) 내 몸속 행복 호르몬 이용하기
2) 상상으로 몸과 마음 변화시키기
3) 몸의 상태를 바꾸어 감정 조절 돕기
4) 잘 놀기
5) 잘 자기
6) 잘 싸우기
감정 조절도 티끌 모아 태산으로

나가며

우리가 보다 인간다운 인간이 되고, 인간다운 우리가 모여 인간 중심의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흔히 한국인의 국민성을 냄비 근성이라고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면 감정이 빨리, 쉽게 끓고 또 그 들끓었던 감정이 빨리, 쉽게 식는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것이 그냥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병리적으로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결과로써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현상이라고 말하면 너무 충격적일까?

2년 전 일어났던 세월호 참사는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해외에 있는 동포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 주었고, 한국인들 사이에는 트라우마나 PTSD(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 비극적인 사고를 겪고 나서 그전까지 자신과 가족, 사회에 대해 당연하게 느껴 왔던 안전감이 위협을 받아 긴장하게 되면서 사소한 일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쉽게 분노하고, 악몽으로 잠 못 들고, 우울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등 자신의 감정이 조절되지 않아 힘든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이러한 이상한 경험을 설명해 줄 수 있었던 개념이 바로 PTSD였던 것 같다.

요즘은 미디어와 SNS의 발전으로 사건과 사고를 포함한 많은 정보들이 보다 쉽게, 또 빠르게 대중들에게 전파되어 더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키기에 세월호 참사가 더욱 유례없는 엄청난 비극으로 비춰졌지만, 사실 역사적으로 한국에서는 늘 크고 작은 세월호 참사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사람들은 충격을 받고 분노하며 PTSD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 경험들이 다른 사람들과 연계되지 못하고 개개인이 고립된 형태로 감정 조절의 부재를 겪었기 때문에, 이를 대다수 대중이 관심을 갖고 동일하게 경험하는 하나의 사회적・집단적 현상으로 묶어 낼 수가 없었다는 점에서 달랐을 뿐이다.

안전이 위협받는 가운데 감정 조절이 되지 않으면 우리는 생존을 위해 싸우기, 도망가기, 얼어붙기 등의 방어기제를 쓰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방어적인 상태가 되면 생각하는 능력, 기억력, 이미 알고있는 정보에 접근하는 능력, 사고와 감정 및 신체의 유연함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주변 환경과 사람들을 모두 적으로 간주해 싸움, 전쟁, 살인, 신체적・감정적・언어적 폭력 등이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안전감이 무너지고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상태는 이성과 도덕, 교양, 배려 등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만의 품성을 발휘할 수 없게해, 우리를 생존의 수준에서 약육강식의 논리만으로 살아가는 한 마리 동물과 같게 만든다. 그러므로 우리가 생존 수준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누리는 인간다운 인간으로 잘 살기 위해서는 감정 조절 능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감정 조절 능력은 안전하게 느낄 때에야 비로소 획득할 수 있다. 그리고 ‘안전하게 느낀다’는 것에는 안전한 가정 안에서 형성되는 개인적 차원의 안전감과 직장, 학교, 국가 등 내가 속한 집단에서 나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느낌을 받는 사회적 차원의 안전감이 있다. 이 두 가지의 안전감은 분리되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안전한 가정에서 감정 조절이 잘 되는 개인이 나오고, 이런 개인들이 모여서 형성하는 사회・국가는 보다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구성원들의 감정 조절을 촉진시키게 될 것이다

한국인의 냄비 근성 즉 ‘병리적인 감정 조절의 부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수많은 외세의 침입과 일제 강점, 6.25 전쟁, 군부 독재를 거치면서 국가와 그에 속한 개인의 안전은 끊임없이 위협을 받았고, 그 속에서 개개인이 생존하기 위해 자신의 안전만을 최대의 목표로 삼은 결과가 다른 구성원들의 안전감을 위협하며 결과적으로 또 안전하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또한 성공에 대한 집착으로 인한 한국 사회의 과도한 교육열 역시 안전감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어른들(부모나 선생님 등)은 우리 아이들에게 공부를 잘해야 성공한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하는데, 성적이라는 것이 상대평가다 보니 모든 아이들이 죽어라 공부해도 결국 잘한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아이는 소수의 상위 몇 퍼센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위권에 들기 위한 과도한 경쟁이 벌어지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성공할 수 없다는 불안감을 갖게 된다. 상위권에 든 아이도 언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1등을 하면 그때부터는 정상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더욱 무시무시한 전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렸을 때부터 사회가 만들어 놓은 무한 경쟁 속에서 아이들은 더불어 사는 가치를 배우기보다는 자신의 성공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내가 잘되기 위해서는 남이 나보다 못해야 하며 남을 짓밟고 올라서야 성공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란다. 결국 이런 삶의 태도가 개개인의 생존과 안전을 위협하는 근간이 된다. 이런 역사적・사회적 환경 속에서 한국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안전을 위협받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며 감정 조절이 잘 될 수 없는 필연적인 상황에 놓여 온 것이다.

감정 조절은 모든 개개인이 보다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핵심으로 현재 심리학계에서 유행처럼 떠오르는 용어이지만, 단순히 그러한 이유를 넘어서 위와 같은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사회적 상황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더더욱 필요한 개념이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감정 조절의 개념과 근원, 감정 조절의 결과로 나타나는 애착 유형, 대한민국의 역사적・사회적 사건들이 국민의 감정 조절 능력에 미친 영향, 감정 조절을 잘 하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보다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장에서는 감정과 감정 조절의 개념을 설명하는데, 감정 조절이 왜 중요하며 감정 조절이 되지 않았을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살펴본다. 그다음으로 감정 조절의 필수 조건인 안전감에 대해 알아보고, 누군가에 의해 감정 조절이 된 경험이 내 감정을 조절하는데 있어 왜 중요한지를 살펴볼 것이다.

2장에서는 감정 조절의 원인이자 기본 배경이 되는 우리 몸, 즉 감정 조절의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에 대해 최신 경향의 뇌과학 연구들을 통해 살펴볼 것이다. 우리 뇌 속에 있는 ‘파충류의 뇌’인 뇌간, ‘포유류의 뇌’인 변연계, ‘인간의 뇌’인 대뇌피질이 서로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살펴보고, 감정 조절과 우리의 방어기제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안전하게 느끼지 않으면 우리 몸과 마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며 다시 안전감을 회복하고 감정 조절이 가능한 인간의 뇌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3장에서는 개인적 안전감과 감정 조절에 초점을 맞춰 유아기에 부모가 아이의 감정 조절을 어떻게 도와주었는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애착 유형들을 살펴보고, 각 사람이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애착 유형들이 어떤 성격으로 발전하며 개개인의 문제 규명과 해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본다. 그리고 다양한 애착 유형을 형성한 사람들이 만나 함께 살아가는 기본적인 단위인 ‘부부’와 ‘직장 내 인간관계’를 예로 들어, 가장 일반적인 조합인 집착형과 회피형 인간이 만났을 때 무슨 일들이 일어나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4장에서는 사회적 안전감과 감정 조절을 다룬다. 대한민국의 역사적・사회적・문화적 사건들이 한국인의 감정 조절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짚어 본다. 그리고 역사적 트라우마가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고 치유되지 않았을 때 자손 대대로 대물림되는 사례들을 통해 그 심각성을 함께 이야기해 보려 한다. 한편 우리 문화에 뿌리깊이 박힌 남아선호사상이 개인과 인간관계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살핀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감정 조절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개개인이 보다 인간다운 인간으로 건강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감정 조절을 보다 더 잘 할 수 있도록 상상을 이용한 방법과 신체적 상태를 바꾸는 방법 등 일상에서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소개한다.

 

결국 감정 조절 능력이란 살면서 불가피하게 위협받는 신체적・ 심리적 안전감을 보다 빨리, 유연하게 회복시킬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감정 조절이 되는 상태라면 우리는 자신을 방어하는 데 지나친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므로 이 에너지들을 훨씬 더 창조적・생산적으로 쓸 수 있게 된다. 또 기억이나 기존에 알고 있던 정보에 객관적으로, 용이하게 접근해 이를 활용하게 된다.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신체적으로도 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도 색안경을 쓰고 보는 대신 이해심이 높아져 조화롭고 만족스런 인간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각 개인이 보다 인간다운 인간이 되고, 그렇게 인간적인 개인들이 모여서 인간 중심의 사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며 이 책을 시작한다

감정은 우리 생존에 꼭 필요한 고마운 도구다. 하지만 이런 도구가 우리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움직이게 되면 더 이상 도구가 아니라 흉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은 이 도구를 그냥 도구로 쓰고 흉기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배우자의 외도로 부부간에 신뢰가 무너져 부부 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과거에 외도를 했던 남편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가정에 충실하며 잘 지내려 노력하지만, 부인은 그때 일을 잊지 못하고 계속 남편을 의심한다. 남편이 잘해 줘도 “그 여자한테도 이렇게 잘해 줬어?”라며 빈정거리고, 잘 못해 주면 “내가 싫증났나 보네. 또 그 여자한테 가지 그래?” 하는 식으로 남편이 어떤 행동을 해도 못마땅해 하니, 둘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이제는 이혼을 하는 게 서로에게 낫지 않을까 싶을 지경이 되었다. 남편은 부인이 과거 자신의 치부를 계속해서 들추는 건 자신에게 복수하고 못살게 굴기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부인 입장을 보자. 너무나 엄청난 충격을 받아 그 기억이 해마가 아닌 편도체에 저장되면, 사소한 자극(속옷, 립스틱, 드라마에서 연애하는 장면 등)에도 남편이 외도를 했을 당시 경험했던 충격과 똑같은 강도의 분노와 배신감을 다시 생생히 경험하게 된다. 이는 부인이 남편을 힘들게 하기 위해서, 복수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배신이 자신의 존재에 엄청난 위협을 주는 경험이었기 때문에 위협을 감지하는 뉴로셉션이 지나치게 작동하고 이에 따라 편도체가 무차별적으로 위험 신호를 보낸 탓에 일어나는 반응이다. 편도체가 작동하면 모든 것을 흑과 백, 적과 아군으로 분리해서 보려는 성향이 강해지므로 남편의 외도를 상기시키는 자극이 있을 때, 그 순간 남편은 나의 적이 되고 나를 보호하는 방법은 남편을 공격하거나 도망가는 것밖에 없게 된다.

쉽게 짜증을 내는 사람들이나 아이들에게 곧잘 화를 내는 부모들 모두 싸우기 방어기제가 너무 쉽게 작동되는 사람들이다. 의식적으로 싸우려고 해서 싸우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보다는 위협이 느껴지면 인간의 뇌가 작동하지 않고 동물처럼 본능적・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감과 경쟁심, 힘을 너무 눌러 버리는 부모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충분히 싸울 수 있는데도 도망가기 방어기제를 쓰게 된다. 정신분석에서는 이를 거세 공포 혹은 성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해하는데, 이런 현상이 신경생물학적으로도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어릴 때 어떤 경험을 많이 하고 어떤 방어기제를 많이 쓰느냐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초기 설정default setting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었을 때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 닥치면 다양한 방어기제를 유연하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적으로 늘 쓰던 방어기제를 쓰게 된다.

방어기제는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특정 방어기제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도움보다는 더 많은 문제를 만들게 된다.

유아의 타고난 기질과 양육자의 태도에 따라 초기 2년 동안 기본적인 성격의 많은 부분이 형성되긴 하지만, 평생에 걸쳐 누구를 만나 어떤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지에 따라 성격은 변할 수 있다. 심리 치료에서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내담자의 기본적인 애착 유형이 어떤 것이든지 상관없이, 치료사와의 새로운 관계를 통해 원래는 없었던 안정적 애착을 획득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자신의 애착 유형과 상대방의 애착 유형을 안다는 것은 모국어에 더해 제2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아무리 한국어를 잘 해도 영어를 모르면 미국에서 의사소통이 안 되고 오해의 여지가 많이 생기듯이, 상대방의 애착 유형을 모르고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왜 그것을 원하는지 모르면 오해가 쌓일 여지가 많다. 어떤 사람들은 ‘나는 원래 그래. 그걸 일일이 설명해야 해? 내 마음이 중요한거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사실은 마음보다 행동이 더 중요하다. 행동으로 마음이 전달되지 않으면 그 마음을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또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서 오해하고 미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 조절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트라우마를 경험했을 때 PTSD를 발전시킬 가능성이 낮고 감정 조절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트라우마를 경험했을 때 PTSD를 발전시킬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어떤 이유에서든 트라우마를 많이 경험한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심한 충격을 받기 때문에 감정 조절 능력이 떨어져서 사소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경험할 뿐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충격적인 경험을 할 때 PTSD를 발전시킬 가능성이 더 높다. 이렇게 감정 조절 능력과 트라우마는 떼려야 뗄수 없는 관계다.

개인의 감정조절을 위한 사회와 국가의 역할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많은 트라우마가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눈부신 경제 성장을 해왔으며 트라우마는 과거의 일이지 현재와 상관이 없다고 믿고 있다. 과연 우리는 우리가 믿고 싶어 하는 것만큼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했을까? 미완의 일제 과거사 청산,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빨갱이 논쟁들, 자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기보다는 남들보다 더 우월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불안을 조장하고 비난하며 학원으로 몰아넣는 부모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현상은 무얼 말하는가? 표면적으로 우리는 당당하게 살아남아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한편으로 과거의 상처가 아
직 치유되지 않고 그 상처가 계속해서 건드려지는 건 아닐까?

지진이나 전쟁 등 재난이 일어난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바로 사람들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활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싶어 하고, 알리고 싶어 하고, 도와주려 하고, 만들고 싶어 하는 등 무언가 하고자 하는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는 위기를 감지한 우리 몸과 마음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교감신경을 작동시키고 엄청난 에너지를 생성해 활동을 통해 이를 방출하게 하는 자연스런 우리 몸의 생존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불만을 표현하고, 사회 구조나 정책을 바꾸려는 움직임들이 일어나는데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몸에 쌓인 에너지가 안전하게 발산될 출구가 있으면 우리 몸과 마음은 자연스럽게 다시 항상성을 찾아서 편안한 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상처를 입으면 세균에 대항해 우리 면역 체계가 열심히 싸우는 것처럼 역사적・사회적・자연적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민중봉기, 독립 운동, 민주화 운동, 자원봉사, 구조 활동 등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레빈 박사의 말처럼 국가와 사회가 트라우마를 해결하려 하는 이런 움직임을 잘 담아서 사람들이 안전하게 에너지를 해소할 방법을 제시할 수 있었다면 다시 안정된 사회로 제자리를 잡았을 텐데, 한국 정부는 이런 움직임을 정권에 대한 도전 혹은 위협으로 감지해 사람들의 불만과 이를 조직화하고 변화해 나가려는 움직임을과잉 진압하고 언론을 이용해 국가 전복 세력으로 몰아 일반 대중들로부터 철저히 고립시켜 오해와 비난을 받게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광주 민주화 운동일 것이다.

상처를 받았을 때 가장 좋은 치료는 아파하는 사람을 보듬어 주는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이 얼마나 아파하고 있는지 판단하지 않고 받아준다는 생각이 들면 아픔이 반이 되고 그것을 극복할 용기가 생긴다. 하지만 아픈데 주변에서 계속 빨리 털어버리라고 재촉하고, 꾀병이 아닌가 의심하고, 뭔가 더 받아내려고 하는 건 아닌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면 상처는 더 깊어지고그 상처에 더 매달리게 되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아무도 알아주고 기억하려 하지 않는 아픈 기억을 나라도 붙잡지 않으면 그 상처가 무가치하고 의미 없어지는 것 같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으면 그 상처와 내 고통이 물거품이 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심한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은 그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희생자면서도 한편으로 영웅이 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신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부패와 안전 불감증에 큰 경종을 울리고 사회 안전 기반을 점검하여 보다 나은 사회로 가게 하는 큰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가해자 및 관련자 처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이렇게 911과 세월호에 대한 단순한 비교만 놓고 봐도 우리나라는 사회적・국가적 트라우마가 일어났을 때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명백하다. 그 결과 한국 사람들은 트라우마를 경험했을 때 PTSD를 발전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얼마 전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주인공 윤덕수 할아버지가 사소한 것에 화를 내고 가족들로부터 철저히 소외되는 모습은 트라우마로 감정 조절이 되지 않는 상태를 잘 보여 준다. 이는 수많은 트라우마로 신경계가 압도되는 경험을 많이 해서 일상적인 중립적 정보도 처리하지 못하고 상황의 위험 정도와 상관없이 싸우거나 도망가기 방어기제가 습관적으로 작동되는 현상을 보여 준다. 그가 유일하게 감정을 느끼는 순간은 혼자 방에서 아버지의 사진을 볼 때다. 하지만 이런 약한 모습은 관객들에게만 보이지 자식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가족들에게는 아버지의 분노만 보이는 것이다.
이 영화는 아버지의 경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역사적 트라우마를 통해 어떻게 아버지의 삶이 형성되는지, 왜 아버지가 그렇게 괴팍하고 가족들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는지, 우리 근대사의 피해자라는 시선으로 아버지를 보고 있다. 맞는 말이다. 영화에서는 아버지에 중점을 두었다면 나는 존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의 피해자인 아버지가 가족들에게는 어떻게 가해자로 돌변하며, 그런 아버지가 가족과 자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다.

이제는 트라우마의 대물림이 단지 홀로코스트의 생존자 자녀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노예 제도를 겪은 미국 흑인들,전쟁 참전 용사들의 자녀들, 전쟁이나 천재지변을 겪은 사람들의 자녀들,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당한 사람들, 곧 모든 개인적・집단적・역사적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의 자녀와 그 자녀들에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생존자, 피해자들에 대한 관심과 치료뿐아니라 그 자녀, 그 자녀들의 자녀에게까지 관심과 치료의 영역을 확장할 필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

세로토닌은 내가 중요하고 특별하다고 느낄 때 나오는 호르몬이다. (중략) 첫번째로 할 수 있는 것은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것에 더 집중하는 것이다.내가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내가 중요한 사람처럼 느끼는 순간에 더 집중한다. 사람들이 내 뒤에서 욕을 하고 비난할 거라는 상상 대신에 남들이 뒤에서 나를 칭찬하는 상상, 남들이 나를 존경해주는 상상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리 뇌의 가장 큰 목적은 생존이고,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생존과 결부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어디에 더 관심을 가지고 내 에너지를 집중할 것인지가 정말 중요하다. 우리 뇌는 도한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하므로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것으로 관심이 더 많이 가게 되어 있다. (중략) 부정적인 것, 내가 못하는 것, 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에 집중하는 마음을 의식적으로 고쳐먹고 긍정적인 것에 좀 더 오래 머물로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된다.
우리가 햇빛을 받아 비타민D가 형성되면 세로토닌 수치가 증가하고, 상상을 통해 과거의 성공이나 내가 특별하고 잘났다고 느꼈을 때를 회상하는 것으로도 세로토닌 분비를 자극할 수 있다. 뇌는 실제 일어나는 것과 상상으로 일어나는 것 간에 구분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과거 성공 경험을 최대한 생생히 떠올리기만 해도 세로토닌이 증가한다

옥시토신은 내가 사람들에게 가지는 불신보다 신뢰에 초점을 맞출 때 분비된다. (중략) 옥시토신은 사람들과 신체적 접촉을 할 때 분비된다. 따라서 가족과 친구들을 많이 안아 주면 줄수록, 나도 상대방도 옥시토신 수치가 올라간다. 또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실제적인 신체적 접촉 없이 사람들 사이에만 있어도 옥시토신이 증가된다고 한다. 하루 종일 혼자 집에서 있는 것보다는 밖으로 나가서 산책을 한다든지, 카페에 가서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도 옥시토신 분비에 도움이 된다.

나라는 틀에 갇혀서 그 안에서만 생각을 하니 문제 해결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틀 밖으로 나오면 무한한 가능성과 창조성이 펼쳐진다. 내가 풀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내가 아닌 누군가, 소크라테스라면, 아인슈타인이라면, 신사임당이었다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상상해 보면 뇌의 다른 부분과 연결이 되기 때문에 훨씬 더 쉽게 창조적인 문제 해결 방법에 접근할 수 있다.

출판사 리뷰

우리는 참으로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다. 밖으로 ‘브렉시트’와 ‘사드’로 대표되는 동아시아와 유럽 정국은 혼란스럽고, 안으로 눈을 돌려도 각종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한 갈등은 첨예하며 안전 불감증이 유발한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이 와중에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개인에게서 촉발된 묻지 마 범죄와 우발적 살인들은 ‘나쁜 짓하지 않고 평범하게 지내는’ 우리를 향해 무차별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내 몸 하나 지키며 살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어디 직접적인 생존의 위협뿐인가. 불투명한 미래와 불안정한 근로 환경, 무한경쟁과 금수저-흙수저로 대표되는 ‘헬조선’의 한복판에서 과연 먹고사는 것에 대한 걱정과 불안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이토록 안팎으로 불안하며, 생존조차 보장받기 쉽지 않은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한국 사회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나만 아니면 돼!’, ‘일단 나라도 살아남고 보자’는 논리에 따라 한 마리 동물처럼 하루하루 생존해 내는 대신, 진정한 인간으로 삶을 온전히 누리며 살 수 있을까?

심리 치료 전문가인 저자는 그 답으로 개개인의 감정 조절을 이야기한다. 물론 감정 조절을 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정신적 의지 이전에 ‘생존을 위협받지 않는’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역사를 돌아보면 수많은 외세의 침입과 일제 강점, 6?25 전쟁, 군부 독재 등을 거치며 개인과 국가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 끊이지 않았고, 각 개인이 자신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분투한 결과가 다시 다른 구성원의 안전을 위협하며 ‘안전하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었다. 이렇듯 불안정한 사회는 감정 조절에 취약한 개인을 계속해서 만들어 냈고, 개인이 소화하지 못한 역사적/집단적 트라우마와 사회적 불안은 끊임없이 대물림되며 우리 사회를 더더욱 인간답게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는 현재 우리가 보다시피 많은 우울증 환자와 높은 자살률, 각종 묻지 마 범죄와 안전사고, 끊임없는 인권 문제며 계급 갈등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건강한 개인과 건강한 사회를 이루려면, 결국 우리는 ‘감정 조절’과 ‘안전’이라는 두 가지 화두에 주목해야만 한다. 안전하지 않은 사회가 감정 조절에 취약한 개인을 만들어 왔듯이, 반대로 감정 조절 능력을 갖춘 건강한 개인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개개인이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자리와 그 속에서의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 안전을 확보하며 감정 조절을 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하나하나 알려 준다.

감정 조절은 부정적인 감정을 억제하는 것도,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을 마비시키는 것도 아니다.
모든 감정을 느끼되 그에 압도되거나 휩쓸리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 다루는 감정들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극단적인 분노나 우울 같은 부정적 감정에 치중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감정 조절은 흔히 오해하듯 부정적인 감정을 억제하거나 마비시켜 ‘좋은 감정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며, 감정 조절 장애나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남들은 별것 아니라고 하는 것에 은근히 짜증이 나고, 스스로의 완벽주의에 시달리고, 어제까지 사랑하던 사람과 오늘 철천지원수처럼 싸우는 일상에 지친 평범한 우리에게도 감정 조절은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상담 치료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온 저자는 한국 사회와 가정환경 속에서 각 사람을 이해하는 폭넓은 시야를 유지하며, 뇌과학과 정신분석에 관한 전문지식을 알기 쉽도록 풀어내어 누구라도 감정 조절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자신의 일상에서 바로 적용해 볼 수 있게 한다. 불안한 하루 끝에 오늘도 지쳐 버린 당신에게, 이 책은 분명 구체적인 위로와 변화에 대한 희망을 안겨 줄 것이다.



Psychology Korea의 로고는 목화꽃입니다. 권혜경 박사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트라우마 세미나를 시작했을 때, 문익점 선생님이 목화씨 세점을 중국에서 가져왔을 때와 같은 설레임과 희망으로 시작을 하였습니다. 목화씨 세점이 한국에 들어와 뿌리를 내리고 사람들이 목화솜으로 지은 따뜻한 옷을 입게 되었듯이, 권박사가 문화의 중심지 뉴욕에서 가져오는 작은 지식의 씨앗이 이땅에 뿌리내려서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받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로고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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